기고문

[기고문] 그의 기본소득을 아직도 믿는가

칼럼깎는노인 2022. 3. 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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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앞서, 기본소득의 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하고 싶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점화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등장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많은 산업분야에서 막대한 일자리 축소를 예고하고 있다. 일자리 축소는 인구의 대다수가 피고용인인 인류의 사회에 치명적일 수 있으며, 소득과 소비로 이루어지는 경제 선순환을 해칠 수 있다. 즉, 기본소득이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사회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된 논의임엔 틀림없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이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 아닌 현(現) 시점에서 기본소득은 두 가지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힌다.

첫 번째는 국가 경제 속 노동 인력 공급에 대한 문제이다.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시범사업으로 실행된 기본소득 실험들은 한 가지 공통적인 부작용을 시사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받았던 참여자의 근로의욕 감소가 심각했다는 것인데, 참여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지역 및 인종에 따라 3%에서 최대 8%까지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것이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기본소득에 대하여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현대의 노동시장은 아직 절대다수의 근로자를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사람들에게 막대한 양의 보조금을 지급했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각한 구인난을 겪었고, 그 중 운송업에서 비롯된 구인난의 경우, 단순한 물류대란을 넘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손실을 입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여러 플랫폼 기업들의 진출로 인한 gig 노동(온라인 플랫폼 임시 노동)과 비정규직 제도를 죄악시하였던 현 정부의 정책 등으로 수요와 공급의 모순이 더욱 심화된 것이 한국 노동시장의 현 주소이다. 한쪽에선 구인난을, 한쪽에선 취업난을 동시에 외치는 형국인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축적된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2017년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본소득(중위소득 기준 50% 이하 만 18세 이상 전체에게 지급하는 방식) 도입 시 비경제활동인구는 151만 7178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노동투입의 감소는 국내총생산(GDP)에 -2,40%의 감소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우파식 기본소득(음의 소득세)가 도입되더라도 비경제활동인구는 44만25111명이 늘어날 것이며, 국내총생산(GDP)은 -0.18% 감소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제의 선순환 유지를 위해 논의되는 기본소득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반박은 실제 실험이 아닌 경기연구원에서 주관한 설문조사로, 기본소득을 받아도 일을 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다는 것뿐이다.

두 번째 문제는 앞서 살펴 본 기본시리즈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현실성이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의 재원마련으로 논의되던 것에는 천연자원 판매수익 기금, 로봇세, 데이터세, 부유세, 탄소세 등이 있다. 그 중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 토지세, 목적세를 대표적 재원마련으로 가져왔는데, 목적세는 임기 내에는 힘들 것으로 보여 현실성이 없고, 토지세의 경우 현재 물량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세금이다. 세금의 증가는 투자 감소를 불러오고, 투자의 감소는 물량과 공급을 부족을 낳기 때문에 지금의 부동산 대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탄소세의 경우 일부가 산업전환에 쓰여야한다는 것이 중론일 정도로 그 의의가 산업 무역장벽 해결에 있는 세금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인 기본시리즈 재정마련을 위해 막무가내로 증세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닌 것이다. 거기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재원 마련책들에 탄소배당, 토지배당이라는 배당적 성격까지 추가하겠다고 하니 기본소득을 실행할 재원마련에 대한 현실성은 더욱 오리무중인 것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 두 현실 장벽 외에도 이재명 후보의 태도에 있다. 이재명 후보는 수 많은 경제전문가 및 테크노크라트들과 충돌해 오고 있다. 먼저 야당의 경선 후보 중 한명인 유승민 의원과 의견이 엇갈렸는데, 앞서 살펴보았던 것과 같이 이재명 후보 기본 공약에 대해 지적하자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다선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는 글을 남긴다. 첫째로, 이는 대표적인 논리 오류 중 하나인 말이 아닌 ‘화자에 호소하는 오류’이다. 이재명 후보는 현실성에 대한 지적을 회피하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라는 화자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반대로 선진국 환경에서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외에도 이재명 후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배너지 두플로 교수 부부의 말을 입맛에 맞게 가져오다 윤희숙 전 의원의 지적을 받고 비웃음을 샀는데, 이 노벨 수상자 부부의 취지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복잡한 복지체계를 실행할 행정역량이 부족하여 기본소득이 효과적이며 선진국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는 ‘문맥을 무시한 인용’의 오류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야당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권여당의 행정부와도 충돌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홍남기 장관은 ‘기본소득이 취약계층 우선지원이라는 복지원칙을 흔들 수 있고,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노벨 수상자가 말했던 우선지원 체계가 잡힌 나라에서의 불필요성, 재원마련의 현실성, 노동의욕 약화와 같은 부작용 모두를 지적하며 기본소득을 일축했다. 이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논의조차 가로막는 기재부’, 하지만 이 역시 논리적 오류로, 이재명 후보가 하는 것은 논의나 시범사업이 아닌 정책의 ‘시행’이며 엄연한 공약이다. 곧 이어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그로 인한 소비절벽과 경제막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전략’이라고 반박한다. 먼저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자체는 세계적인 흐름이나 실제 시행에 관하여는 회의적인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또한 세계적 흐름이라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 역시 ‘그릇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이다. 기본소득의 현실성 지적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역시 다가올 미래지만 작금에는 노동력 부족이 더 큰 문제이다. ‘새로운 경제전략’이라는 것은 ‘새로움에 호소하는 오류’일 뿐 지적받은 부분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다. 이재명 후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권’, 취약계층의 고통을 방패삼아 기재부를 공격하는데 이는 ‘감정을 무분별하게 적재하는 오류’로서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취약계층의 고통을 외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 실행의 현실성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는 현실성 지적에 대한 어떠한 제대로 된 대답도 내놓지 못했으며 이에 더 나아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여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처’를 설립하겠다는 ‘매듭자르기의 오류(논점을 이탈하여 잘못된 결론까지 이어감)’까지 빗고 있다. 그렇다. 자신이 속한 집권여당의 행정부 관료조차 설득할 방법이 없어 행정조직까지 바꾸겠노라 소리치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부족한 현실성의 반증인 것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국가 사정이 너무 어려워 기본소득은 재정상 부담이 있어 조금 미뤄하겠다.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태까지 그에게 셀 수 없이 많이 현실성을 지적해왔던 전문가들에겐 전혀 놀랍지 않은 발언이다. 현실성이 없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구상은 사막 위의 신기루요, 조류를 기다리는 모래성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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